저는 어쩔 수 없는 인간입니다.
직업상, 주변엔 예술가 기질인 사람이 많아. 멋진 감정, 사상을 가졌지. 사람들이 무심코 깜짝 놀랄 만한 말을 하기도 하고.
 
너무 부러워. 거기서 보이는 세계는, 대체 어떤 풍경일까.
나도 따라해서 그럴듯한 말을 해보기도 해.
근데, 전혀 잘 되지 않아.
 
나에게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인간이야, 라는 확신이 옛날부터 있었어.
 
그건 왜일까.
시점은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쯤으로 거슬로 올라가.
 
친구가 거의 없었던 나는(이 이야기는 다음에 쓰겠습니다), 3DS의 '닌텐독스'에 푹 빠져 있었어.
다들 아는대로, 강아지(개라고 표기하면 왠지 난잡한 느낌이라서, 이후 강아지라고 표기함)를 키울 수 있는 게임이지. 현실 세계에 절망하고 있던 내게, 가상세계의 귀여운 강아지는 유일한 희망이었어.
강아지는 시바견이었어. 나는 강아지를 진심으로 사랑했어.
강아지가 좋아할 만한 건 다 사줬어. 뼈 장난감, 무선 조종 헬기, 고급 간식... 누군가를 즐겁게 하는 기쁨을, 그때의 나는 알았어.
 
참고로, 가상현실에도 돈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강아지에게 줄 선물을 살 돈을 벌기 위해선, 강아지랑 같이 콘테스트에 출전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해.
그 중 하나로, 프리스비 던지기 대회 같은 게 있었어. 기억은 희미하지만, 평소에 강아지를 훈육해서, 프리스비를 던져서 받아오라고 하고, 그 정확성, 빠르기를 겨루기, 같은 내용이었던 것 같아.
 
난 필사적이었어. 귀여운 강아지를 위해서였으니까.
매일 강아지 훈련에 힘썼어.
 
ーー그런데, 노력은 때때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배신해.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소파에 머리를 묻고 발광하고 있었어.
 
사실 이 게임, 머리가 이상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거겠지(내가 못했던 걸지도 몰라).
콘테스트중, 강아지는 방심하면 바로 놀기 시작했어. 땅바닥에 주저앉아 버렸어.
그 틈에, 라이벌과 점점 점수 차가 나게 됐지.
 
"가!!! 가줘!!!!!! 부탁이야아아아아아아아!!!!"
 
마치 경마에 인생을 걸고 있는 사람처럼 되어있는 아들을, 엄마는 흐린 눈으로 보고 있었어. 3DS를 향해 울부짖어도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데.
참고로, 그 당시의 저는 정말 머리가 이상했기 때문에 진짜로 울고 있었습니다.
 
덧붙여서, 이 또한 기억은 희미하지만, 재주를 뽐내는 콘테스트도 있었던 것 같아.
닌텐독스는,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강아지에게 재주를 배우게 할 수 있는 거지.
그 때, 마이크를 사용해서 강아지에게 재주를 부리게 하는 건데... 내 3DS의 마이크는, 조금 감도가 나빴어.
 
"앉아!!!! 앉아!!! 앉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강아지는, 완고하게 안 움직였어.
 
3DS를 향해 발광하는 아들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엄마는 흐린 눈으로 보고 있었어.
초등학교에서도 괴롭힌 당했고, 어머니께는 아마 상당히 걱정을 끼쳤겠지. 정말 죄송해요. 리퀴드 원맨 당일 매진할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안심해요.
 
아무튼, 예전에 닌텐도에서 발광하여 3DS를 향해 울면서 포효하고 있던 인간이, 그 후의 인생에 있어서 예술적인 감성이나 사상을 얻을 수 있을 리가 없는 거겠지.
 
그러니까 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인 거야.
누가 뭐라해도, 난 대단한 인간이 아니야. 초6이나 되어선 3DS를 향해 울부짖고 있던 인간이, 대단한 인간이 될 리가 없어.
 
하지만, 잘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어쩔 수 없다는 것의 반댓말은 존재하지 않아.
부정적인 의미의 형용사라면, 평범하게 생각했을 때 반댓말이 존재하지 않나?
 
자신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는 사람. 고민할 필요 없어. 어쩔 수 없는 건, 나쁜 게 아냐.
어쩔 수 없는 건, 개성이야.
 
저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지만요, 어쨌든 이젠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어쩔 수 없는 쪽에서 누리는 세상도 훌륭하지. 저쪽에서만 보이는 풍경이 있는 것처럼, 이쪽에서만 보이는 풍경도 분명 있어.
 
뭘 말하고 싶은 거냐면. 인간, 분수에 맞는 인생을 즐기는 게 우선입니다.
비교해버리기 쉽지만, 사람은 사람, 자신은 자신입니다.
자신이 재밌다면, 뭐든 괜찮아요.
사상은, 우열이 없어요.
각자에게 맞는 삶의 방식으로, 웃거나, 슬퍼하거나, 기뻐하거나, 무언가를 사랑하거나, 울부짖거나, 발광하기를 해나갑니다.
홀가분하게 갑시다!
 
그리고 닌텐독스, 정말 추천해요. 정말 정말 힐링돼요.
강아지의 귀여움은 말할 것도 없고, 3DS판은 아기 고양이도 기를 수 있지만, 그게 정말 최고였어. 모든 사람이 해야만 해.
 
 
 
 
 
원문
https://m28-mt.hatenablog.com/entry/2023/07/04/000701

'쿠지라 요루노 마치 > 하다 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재적소  (0) 2024.11.27
내일부터 원맨 투어!  (1) 2024.11.24
메이저 데뷔!  (0) 2024.11.23
『춤추자 생명이 있는 한』 드럼  (0) 2024.11.22
B!  (1) 2024.11.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