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지만 '운명의 만남'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제 차이나 심벌이 되겠습니다.
저는 이 아이와 운명처럼 만났습니다.
그날은 예보에 없던 비가 왔습니다. 카오루와 새[각주:1]도망치듯 키치죠지의 하드오프[각주:2]에 들어갔었어요. 거기서, 폐품 코너를 아무 생각 없이 뒤지다가 금이 간 차이나 심벌을 발견했어요. 그건 이미 심하게 깨져 있었죠. 불쌍해...라며 딱한 마음으로 손에 쥐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가격을 보니까 세상에... 1900엔!!! 차이나 심벌이 1900엔인 거예요!  그랬더니 뭐랄까 손이 움찔거렸어요. 나를 데려가! 같은 소리가 들려왔어요. 이건 살 수밖에 없어!! 라며 계산대로 직행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확실히 싼 걸 정당화할 뿐인 환청이었네요 ㅋㅋ. 싼 것에는 굉장히 약하거든요. 
그리고 다음 스튜디오에서 의기양양하게 그 차이나 심벌을 갖고 갔어요. 자 이 친구는 어떤 소리를 내줄까. 기대돼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세팅을 끝내고, 막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쳐보니...
정말 문자 그대로 "픽" 소리가 났어요. 차이나 심벌의 ㅊ자도 없는, 너무나 애달프고 슬픈 소리였어요. 싼 거에 이끌려서 계산대에 직행한 제가 완전 잘못한 거지만요 ㅋㅋㅋㅋ
근데 거기서 문득 생각이 떠오른 거예요. 깨진 부분을 깎아내면 되잖아! 라고요. 어떻게든 지불했던 1900엔을 정당화하고 싶었던 저는, 너덜너덜한 차이나 심벌을 스튜디오에 맡기고, 깨진 부분을 깎아 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깨진 부분이 깔끔해지고 깨끗해진 채로 새롭게 돌아온 차이나 심벌. 마치, 백발로 염색한 것처럼, 몰라보게 새것처럼 보였습니다.그리고 자, 입도(入刀)! 하고 쳐보니... 글쎄!!말도 안 되게 좋은 소리였어요. 라기보다는, 제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소리였어요. 아니 엄청 놀랐어요. 젊었을 때의 몸을 되찾은 기쁨을 전력으로 구현하는 듯한, 에너지 넘치고 시원한 소리였어요. 분명 1900엔의 퀄리티가 아니에요. 이미 운명을 느끼고 말았죠.그래서 차이나 심벌에 검은 매직으로 기입되어 있던 이름에서 판명이 났는데, 이 아이 원래 키치죠지의 어느 라이브하우스의 물건이었던 것 같아요. 상당히 연식이 있는 것 같아서 분명 수많은 드러머들이 쳐온 거겠죠. 그 끝에 결국 깨져 버렸고, 하드 오프에 간 거겠죠. 폐품에 파묻히면서, 다시 언젠가 예전처럼 무대에서 빛날 날을 꿈꾸고 있었을지도 모르죠.그렇기 때문에, 이 아이는 행운인 거예요! 어쨌든 앞으로 많은 무대에서, 많은 최고의 풍경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만원(滿員)의 무도관 같은 거요. 이 만남은 분명 운명입니다. 저로서도 이 아이로서도! 다양한 곳에 데려다 줄 거예요!
 
하지만 악기의 장점을 북돋는 건 연주자의 실력이니까요. 이 아이가 최대한 빛날 수 있도록, 저도 좀 더 수행해야만 해요! 좋은 드러머가 될게요!
 
잘 자요
 
 
 
원문
https://m28-mt.hatenablog.com/entry/2020/09/15/002443

  1. 쿠지라 요루노 마치 베이시스트. 사에키 준야의 별명. [본문으로]
  2. 중고품 할인/위탁 판매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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